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지난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벙커샷을 실패하고는 벙커를 내려치면서 화풀이를 했으나 벌타를 받지 않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고 자주 회자된다. 샷마다 심리적인 안정을 절대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관중의 함성이 경기력을 배가시키는 축구나 격투기와는 다르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 멘탈 스포츠인지 비 멘탈 스포츠인지는 관중의 함성 유무를 보면 간단히 분류된다. 함성을 허락하면 비 멘탈 스포츠이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이 그렇다. 반대로 관중(갤러리)에게 정숙을 요구하면 멘탈 스포츠다. 양궁, 사격, 바둑 등이 그렇다. 테니스의 경우는 서비스 동작에서는 정숙을 요구하고 공이 오가는 랠리 동작에서는 함성을 허락한다. 멘탈과 비 멘탈이 섞여 있다. 구기 종목 가운데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다. 샷할 때와 퍼트 스트로크 할 때 정숙을 요구한다. 투어 프로라면 멘탈을 강화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심리적인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플레이 중에 예기치 않은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빠른 시간에 해소하고 다시 플레이에 집중해야 경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갤러리 역시 선수들의 멘탈 유지가 가능하도록 협조하는 매너를 준수해야 한다. 두 가지 예를 들어 골프에서의 멘탈을 생각해 본다. 1) 김비오 선수의 손가락 욕 투어 프로 김비오는 지난해 9월 대구경북오픈에서 한 타 차로 우승했다. 그러나 파이널 라운드 16번 홀에서 티샷 도중 갤러리의 소음에 미스샷을 날렸고, 그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날리고 클럽을 지면에 내려쳤다. 논란 속에 우승했으나 향후 1년간 출장 정지 처분과 함께 무릎 꿇고 사죄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여론 재판을 받았다.
(김비오는 지난해 대구경북오픈에서 손가락욕으로 1년간 출전 정지를 받았으나 최근 사면됐다.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 역시 라운드 중 샷의 결과가 좋지 못하면 클럽을 내던지는 장면을 반복해 보였다.
거구의 캐디는 별일 아니라는 듯 클럽을 주워 와서 정성껏 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그 둘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플레이를 계속했다.)
2) 골프 규칙 12조2항b ‘벙커에서의 플레이’. 연습 스윙이나 백 스윙시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페널티다. 2019년부터 적용되는 ‘클럽이 모래에 닿아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 몇 가지 예외 규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좀 충격적이다. ‘화가 나거나 자신의 플레이에 실망하여 모래를 내려친 경우’. 위 경우는 골프규칙에서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백 스트로크를 하면서 모래를 건드리면 벌타를 주지만 벙커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행동에는 벌타가 없다. 페널티를 더 주지는 못할망정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왜 이런 규정을 굳이 협의해 정했을까?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인 동시에 멘탈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예를 보면 옳고 그르고의 판단을 떠나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멘탈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위의 예에서 거론된 타이거 우즈의 경우, 선수 생활 중에 자신에겐 항시 멘탈 트레이너가 있었다. 클럽을 내 던지던 행위는 분명 멘탈 트레이너와 상의한 행동일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한 태권도, 유도의 경우, 경기의 시작은 예의로 시작한다. 서로에게 또 심판에게 인사를 한다. 경기를 마치고도 그렇다. 사례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같은 격투기인데 UFC를 보면 완전 분위기가 다르다.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을 잡아먹을 듯 자극하고, 승자는 나뒹군 패자를 뒤로하고 좋아서 방방 뜬다. 골프는 에티켓의 스포츠, 매너를 중시하는 스포츠라 한다. 골프 규칙에는 경기 규칙에 앞서 에티켓 항목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어느 일면에서는 경기력을 위한 멘탈 유지는 매너와는 상반된다. 골프가 서양에서 유래했기에 우리 정서와는 다를 수 있다. 골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는 출발부터 목적지까지 다르다. 투어 프로는 스코어 카드로 자신을 말해야 한다. 반면, 즐거움과 친목을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에게 스코어는 라운드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글/ 정헌철(골프이론가) *필자는 천리안 골프동호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골프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골프 강의를 하고, 직접 클럽도 제작하면서 골퍼로서의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통한 전문 지식을 통해 골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